매년 9월 첫째주 토요일.
집안의 가장 큰 행사인 선산 벌초가 있는 날입니다.
떡본김에 제사 지낸다고 저는 목요일 양구로 출발.
이곳저곳 둘러보고 낚시도 할 계획입니다.
벌초 전날 사촌들이 모여서 소주 한잔하며
집안 일을 논의하기도 합니다.
이 모임에 물고기 공급책을 제가 담당하고 있기 때문에 ...^^
오늘은 양구군 방산면을 가로지르는
수입천을 목표로 갑니다.
금악리와 오미리 사이에 있는 각시교 밑이
견지 낚시하기에 좋기 때문입니다.
춘천 - 양구를 거쳐서 방산에 도착.
길가에 코스모스가 하늘하늘 피어 있는 것을 보니
저절로 기분이 좋아집니다.
차를 세우고 유투브에서 어느 가수가 부른
"코스모스 피어 있는 길"을
찾아서 크게 틀어 놓고 운전을 합니다.
수입천은
양구 동북쪽에 있는 가칠봉에서 발원하여
상무룡리 (파로호 상류)로
흘러 들어가는 길이 35 km의 강인데
그야말로 청정 그 자체입니다.
가을은 결실의 계절.
올해 극심하였던 가뭄과 홍수를 이겨내고
잘 영글어 가는 벼를 보니
마음이 흐뭇하여집니다.
강인한 생명력.
자연의 섭리라고 할까요 ...
올해는 윤달이 있는 해라서
철이 이른가 봅니다.
아직 대추가 파란색을 띄고 있습니다.
산돌배 나무에 돌배도 잘 익어가고 있습니다.
돌배는 그냥 먹으면 떫어서 먹기 어렵고,
첫 서리 뒤에 먹으면 맛이 있어서
어릴적에 많이 따 먹은 기억이 있습니다.
요즘은 술을 담가서 먹기도 한다고 합니다.
이곳저곳 둘러 보다가 도착한 각시교 강변.
다리 좌측이 오미리,
다리 우측이 금악리입니다.
옷을 훌훌 벗어 버리고 물에 풍덩 들어가고 싶은 풍경입니다.
아무도 없는 곳이니 누가 뭐라고 하지도 않을텐데 ...^^
견지 낚시는 장비가 단촐하여 좋습니다.
낚시 가방 1개, 작은 살림망 그리고 미끼통.
이것이 전부입니다.
저는 50년 넘게 견지 낚시를 즐기고 있는데
견지 낚시는 약 500년이 된 우리나라 고유의 낚시입니다.
원줄을 낚시대에 감을때 위, 아래로 구별하여
25 미터씩 감아 놓습니다.
고기가 잘 잡히는 거리를
대략적으로 판단하기 위해서입니다.
수장대는 안전을 위하여 필요한 물품인데,
어떤 분들은 썰망을 달아 놓기 위해서 사용하기도 합니다.
채비는 견지 바늘 8호에 원줄 1.2호.
그리고 편납으로 부력을 마추어 줍니다.
바늘을 원줄에 직결하여 사용하면
이 채비로 멍짜 (누치가리 50 cm 이상)를 낚아 올리는데
전혀 문제가 없습니다.
편납과 바늘 사이의 거리는
대상 어종에 따라서 다르게 하는데
바닥에서 먹이 활동을 하는 고기
(누치가리, 마자, 모래무지, 어름치 등)를 노릴때는 간격을 짧게,
중충에서 먹이 활동을 하는 고기 (피라미, 불거지, 갈견이, 끄리 등)를
노릴때는 간격을 길게 하여 줍니다.
편납은 줄에 직접 감지 않고
신문지를 말아서 감은 뒤 그위에
편납을 감아 줍니다.
(원래는 문창호지를 사용)
물에 들어가서 종이가 물에 젖으면
마치 붕어 낚시에서 사용하는 스토퍼와 똑같은 역활을 합니다.
대상 어종에 따라서 길이를 조절할 때
밀었다 당겼다하면 편리합니다.
미끼는 생선 내장으로 양식한 구더기를 사용합니다.
지금은 낚시 가게에서 구입할 수 있지만
제가 어릴때에는 직접 키워서 낚시를 했는데
냄새 난다고 어머니에게 여러번 혼이 났었지요...^^
천연 냉장고? 자연 냉장고?
사촌들 생각하며 열심히 고기를 낚습니다.
수입천에는 주로 갈견이가 많습니다.
나름 힘은 쓰는데 좀 미련한거 같습니다.
걸리고 나서 처음에는 조용히 따라 오다가
아! 내가 잡혔구나~ 하고 생각한 뒤로는
버티기를 합니다.
자기가 잡힌 것을 나중에 아는 것을 보니
미련한 것이 맞겠지요?
물에는 못 들어 가더라도 청정 물에 세수 한판하고
낚시를 마무리 합니다.
그리고 달려서 간 곳.
상무룡리 좌대.
오늘 하루 묵을 곳입니다.
일년에 한번 좌대를 타는데
그것이 바로 상무룡리 좌대입니다.
몸은 피곤하지만 4대 대편성을 마침니다.
어느새 완전 캄캄한 하늘에 별이 가득하여 집니다.
깊은 산골 청정 지역이라
초롱초롱 빛나는 별들이
금방이라도 쏟아질 듯합니다.
별을 많이 보기 위해서는 빛이 방해가 됩니다.
말하자면 광공해 ...
네팔에서 히말라야 이곳 저곳 트레킹을 할 때
롯지에서 바라본 하늘과 비슷합니다.
아버지 손잡고 벌초를 다니기 시작한지 55년이 넘었으니.
흐르는 강물처럼 세월도 빠른 것 같습니다.
어느새 60을 훌쩍 넘겨서
비록 생물학적 성장은 끝났지만 어린 시절의 감성과 환상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는 어른이 되고 싶은 ...
낮에 즐긴 강낚시가 무리가 되었는지
아니면 좌대에 설치되어 있는 가스 보일러 성능이 좋았는지
푹 자고 일어나니 아침...ㅎㅎ
좌대집 앞마당에 있는 호도 나무에도
가을이 익어갑니다.
좌대에서 나와 두타연으로 가는 길.
안내소에서 간단한 서류 작성을 하고
(지금은 사전 예약이 필요 없음)
낚시대를 맡겨 놓고 들어 갑니다.
두타연 들어가는 입구.
두타(頭陀)는
속세의 번뇌를 버리고
청정하게 불도를 닦는 수행을 의미한다고 합니다.
입구에 있는 산사나무.
이 열매로 담근 술이 산사춘입니다~~
이곳은 민통선 지역이라서 곳곳에
이러한 표지가 있습니다.
금요일임에도 많은 관광객들이 보입니다.
요즘은 보기 힘든 다래 나무.
두타연 계곡.
멀리 보이는 다리가 두타교.
이곳이 바로 두타연(頭陀淵 )입니다.
가을 단풍 시즌에 오면 만산홍엽(滿山紅葉)의
절경을 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양구 지역의 2017년 단풍 절정 시기는
10월 2~3째주 정도가 될 것이라고 합니다.
두타교에서 두타연 방향으로 바라본 모습.
이곳은 우리나라 최대의 열목어 서식지라고 합니다.
아마 입구에서 낚시대를 맡기라고 한 이유가 ...ㅎㅎ
양구 3일째.
봉분 100여개를 깍는 큰 작업.
오전 일찍 모여서 작업 후 각자 할일을 부여 받는데
저는 오래만에 고조 할아버지 산소를 가볼 계획입니다.
예전에 동면 팔랑리는 민통선 지역이어서
군부대의 허가와 무장 초병의 보호를 받았으나
지금은 민통선이 북쪽으로 옮겨지고
산양 증식 복원 센터도 운영되고 있습니다.
산양 세마리가 보이는지요?
이곳은 원래 집채만한
바위가 엄청나게 많았던 곳인데
이렇게 훌륭하게 변신이 되었습니다.
복원센터 옆길로 올라갑니다.
울창한 수풀을 헤치고
멧돼지가 지렁이를 잡아 먹기 위하여 파놓은 구덩이.
흙마름으로 보아 간밤에 다녀간 모양입니다.
선산을 관리한다는 것은
쉽지 않습니다.
1년만에 와보면 길도 없어지고
풀도 무성하게 자라 있습니다.
깔끔하게 손질한 후에 막걸리 한잔 놓고 절을 합니다.
모든 벌초를 마치고
매년 모이는 광치막국수에 모입니다.
이곳의 수육은 담백하면서도 쫀득한 것이
할머니의 노하우가 대단합니다.
어릴적 잔치 때 먹던 수육 맛 그대로입니다.
막국수도 한그릇 먹고 ...
여러가지 집안 일을 의논하고 마무리합니다.
이제는 아버지대의 항열(行烈)을 사용하시는 분이 딱 한분 계십니다.
"세월은 흐르는 강물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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