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색도시에서의 하루가 길게만 느껴집니다.
출조를 앞둔 금요일에 치뤄진 행사업무가 심야로 이어지며 조바심으로 초조 합니다.
해마다 가을이면 가까이 다가오는 '청춘'이란 노래를 무한 리플레이 해서 들으며 지루한 시간을 보냅니다.
성큼 다가 온 가을을 밟으면서도 운치는 커녕 회색도시에 갇힌듯 답답함이 극에 달합니다.
결국 길을 잃어 버리고 다가온 가을에게 길을 묻습니다.
어쩌면 출조가 예정된 남한강 강가에서 길을 찾을런지도 모릅니다.
아니, 꼭 찾아야 한다는 압박 때문에 그 길을 출발하는 시간이 더 기다려지는지도 모릅니다.
새벽에 출발해 오전시간에 도착, 강가에서 만난 소소한 기쁨.
매주 마다 다르게 가을은 조금씩 조금씩 다가 왔습니다.
결국은 다가와 두드리는데도 몰랐나 봅니다.
가을이 그리웠던것 만큼, 오늘은 당신이 더 사무치게 그립습니다.
기다림이 별 소득이 없었어도 먹잇감을 기다리며 자리를 굳건히 지키는 것처럼...
그리움을 기다림으로 채워도 절망만 만납니다.
어제 도착해서 동반자들을 위해 낚시 자리를 잡고 후배들을 기다리며 만남을 기다렸을 송산 선배님도 굳건히 낚시자리를 지킵니다.
조바심이 느껴지지 않는 선배님의 모습은 참 아름답습니다.
마지막 낚시대를 펴고 있는 열시민 선배님도 오늘 낚을 것에 대한 기대가 어느때 보다도 더 큽니다.
"붕어 안잡고 밤에 뭐한거유?"
우리 낚시사랑 회원 못말리는 낚시꽝님께 농을 던졌는데...
말이 떨어지자마자 보란듯이 강붕어를 낚습니다.
"자네 왔는가!"
같이 출조하며 못말리는 낚시꽝님이 붕어 낚는것을 처음 보는것 같습니다.
그동안 숱한 저수지들을 꽝터로 만들었었는데...
다행히 남한강과는 궁합이 잘 맞나 봅니다.
오전 낚시에 붕어가 낚이는것을 보니 마음이 부쩍 바빠집니다.
옆자리에 선객(先客)이 자리잡아 낚시자리가 좁습니다.
욕심없이 낚시대는 6대만 폈습니다.
유속으로 오히려 다대편성이 낚시에 방해가 되기도 합니다.
집중하는 낚시...
유속이 있어 낚시여건은 좋지 않습니다.
집어용과 밑밥용을 동시에 사용할 미끼를 만들고 걸림을 피해 대편성 자리를 잡습니다.
밤낚시 준비까지 미리 준비하고 낮엔 쉬는게 좋을듯 합니다.
느긋하게 대편성을 마쳤는데 동반한 조우들은 모두 손맛을 봤습니다.
항상 조과는 앞서는 편인데 오늘은 주눅들어 낚시를 시작 합니다.
대좌대에 잘 맞게 만들어진 텐트, 파라솔 꽂이들을 단단하게 조이고...
의자를 누인 자리까지 햇볕을 차단 합니다.
기와집을 잘 지은것 같은 포만감...
못말리는 낚시꽝님은 "붕어 낚았으니 할 일 다했다"며 동료들을 위해 식사를 준비 합니다.
오늘 베짱이 역활을 맡은 낙엽비는 편안하게 쉬며 밤낚시를 준비 합니다.
입질 받을 확률이 높은 장대들을 편성해서, 요즘은 밤안개가 짙어서 찌불이 아주 밝아야 합니다.
어두워지며 저녁을 먹을때 미리 케미컬라이트를 꽂아두면 식사후에 바로 낚시에 집중 할 수 있습니다.
오늘 그럴듯한 일몰은 없었지만 기대감이 높아지는 어둠은 이제 친근하기 까지...
밤낚시를 하지 않는 이웃들 때문에 집중하기에 아주 좋은 밤입니다.
풀벌레 소리.
흐르는 강물에 어느덧 흘려 보낸 것들...
옆 조우는 텐트에서 잠들었는지 고른 코고는 소리...
안전한지 한바퀴 둘러 봅니다.
이렇게 두어 시간을 보내고 밤시간에 다시 모였습니다.
소슬바람이 옷깃을 여미게 합니다.
두툼한 외투를 입어야 할 정도로 밤기온이 내려 갑니다.
모두 잠든 남한강에는 고요와 적막만 남한강에 흐릅니다.
질문에 답도, 붕어도 더디기만 합니다.
커피를 진하게 데워 한 잔 마시고 다시 원점으로 돌아갑니다.
흔들리지 않고 굳건히 자리를 지키는 찌불을 보니 유속이 멈춘듯 합니다.
하늘이 맑아지기를 기다리다 포기 합니다.
맑은 하늘의 별을 그리려는 계획은 어긋났습니다.
붕어 얼굴 보는 것으로 목표를 수정 합니다.
눈꺼풀이 무거워지는 시간.
새벽 5시 20분
깔짝 거리는 입질을 혹시나 하고 냅다 챔질을 했는데...
빵이 아주 좋은 남한강 붕어 입니다.
낙엽비 자리는 앞에 은신처가 없어 붕어 입질 받기가 쉽지 않습니다.
안개가 자욱한 아침.
밤낮으로 일교차가 심한 환절기 강가엔 더 짙은 물안개가 피어납니다.
어느 꾼은 뜰채도 살림망도 요긴하게 쓰인것 같습니다.
다행이 동반한 지인들 무두 골고루 손맛을 봤습니다.
아침시간을 더 집중, 집중...
아침시간, 못말리는 낚시꽝님이 또 붕어를 걸었습니다.
안개속에서 함박 웃는 모습이 선명 합니다.
굵직한 남한강 붕어...
조심스럽게 망에 담아 올립니다.
묵직한 손맛...
낚시자리를 돌다보니 열시민 선배님이 대어를 뜰채에서 꺼내고 있네요.
열시민 선배님, 월척붕어 축하 드립니다.
자리 비운 이웃의 살림망엔 오래 전에 낚아논 붕어들이 보입니다.
60cm가 넘는 멍짜와 굵직한 강붕어들...
체고 높은 가을붕어가 그래도 그럴듯 했습니다.
아침에 산책나온 짱돌괴기님이 붕어를 들고 포즈를 취해줍니다.
"당췌 붕어 본지가 언제인지..."
바쁜 업무로 같이 낚시한게 언제였는지...
반가운 조약돌님과 함께 가을을 맞으러 놀러와 반갑게 얼굴 봤네요.
곧 바쁜일 끝내고 물가에서 반갑게 만나자구요.
만나서 반가웠습니다.
가을이 머물던 그자리에...
더 짙어지기 전에...
낙엽비에겐 가을은 아주 짧습니다.
넉넉하고 풍성한 한가위 보내십시오
낙엽비 올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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