솔잎 > S지에서... : 낚시사랑

한낮에 도착한 저수지에는 작렬하는 태양이 이글거려도 고요함과 평온함으로 가득 차있다

상류에서 쫑알거리며 내려오던 개울물도 예까지 흘러와선 조용히 입을 닫고 침묵한다.

곶부리에 몇 개의 돌멩이를 쌓아 받침대를 고정시키고 25호 대 하나를 얹어 놓는다.

깻묵4 어분4 보리2 물8, 손가락으로 휘휘 섞어 물기가 배어들게 놓아두고

파라솔 밑에서 캔 맥주 하나를 딴다. 비 지나간 하늘엔 뭉게구름이 한가롭게 흘러가고...

떡밥을 뭉쳐 9호 바늘에 한 쪽은 크고 묽게 다른 바늘엔 작고 여물게 달아 던져놓고 입질을 기다린다.

부드럽게 찰랑이는 물결의 얇은 피부를 뚫고 처녀지에 던져지는 봉돌,

살포시 가라앉는 찌톱은 잔잔한 물결과 어울리며 부드럽게 춤을 추고....

대여섯번 빈 바늘을 건져 올려 바닥에 밑밥이 쌓일 때 쯤 깜빡 한마디 들어갔다 서서히 올라오는 찌...

후훗 챔질.. 앙탈을 부리며 올라온 녀석은 7치, 자~~ 다시 한 번, 30분 정도 지났을까?

또다시 올라오는 찌, 이번엔 9치, 오우! 오늘은 웬일!! 나는 소문난 꽝 조사인데...

기분 좋은 나른함으로 떡밥을 조금 크게 달아본다.

한 쪽은 엄지손마디 만하게 다른 쪽은 새끼손마디 만하게 뭉쳐 바늘에 달고

찌톱 한마디 정도 나오게 던져놓고 기다린다.

낚시에서의 기다림이란 여유 있는 휴식일 수도,

치열한 전투일 수도 있음은 꾼이라면 다 아시는 사실 ㅋㅋ

오~우 입질이다. 찌가 서서히 잠기다가 찌톱만 살짝 보이게 올리고는 또 다시 잠겨드는 입질.

무얼까?... 다시 두 마디 정도 올라오는 찌톱을 보고 부드럽게 챔질.

퓨앙~!!!

줄과 대에서 질러대는 비명, 대는 이미 낚싯줄의 팽팽한 긴장에 활처럼 휘어져 있고

두 팔에 힘을 줘 낚싯대를 움켜쥐고 대를 세워보려 노력하지만 지금은 이미 녀석에게 대를 빼앗긴 상태...

녀석은 먹이를 먹다가 졸지에 벌어진 상황에 당황하였는지 살고자하는 본능 때문인지 마냥 내달려버리고

이처럼 힘겨루기 한판이 벌어진 상황에서는 대의 방향이나 각도를 틀어보는 동물적인 감각,

또는 낚시 많이 다녀 큰고기 좀 낚아봤던 그간의 어줍잖은 경험들도 의미 없을 터...

왼쪽 방향으로 머리를 틀어 깊은 수심으로 달려 나가는 녀석, 따라갈까?.. 놔버릴까?..

윙윙거리는 낚싯대를 오른쪽으로 대를 세우며 버텨본다.

따~악!!!

맹렬히 당기는 긴장에 견디지 못하고 허공에서 부러져 버리는 낚싯대..

수면을 스친 듯 물고기가 지나간 자리에는

허공에 찍힌 제트기류처럼 제방 쪽으로 물길이 갈라져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