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 예당아!-
슬프다.
가슴 한구석이 시리고 아프다.
아무리 하늘이 하는 일이고 천재지변이라지만 충분히
대처도 가능하고 최악의 상황까지는 이르지 않아도 될 사항인데
일체의 어로행위나 낚시를 하면 안 되는 수치,
저수율 30%미만대에 이른 것이다.
사계절 충분한 수량을 확보키 위해 1,100여원의 예산을 투입해
공주 보나 백제 보의 물을 끌어오기 위한 도수로를 건설했으니
이제는 물 걱정 하지 말고 낚시인의 성지처럼 아끼고 사랑해 달라는
관계 공무원들의 의례적이고 상투적인 빈말을 믿은 우리가 어리석었다.
역대 왕조나 정권의 후대 평가는 治山治水가 최우선이었다.
다른 정책들은 상황이나 형편에 따라 바로 바꿀 수도 있고
계획을 취소 변경이 가능하고 후대에 절대적인 영향을 끼치지 않지만
자연을 관리하는 것은 국가의 몇 백 년 후대에 이를 상황까지
고려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허지만 이런 중대차한 일도 선거가 끝나 경쟁관계에 있던 사람이
주도권을 잡으면 죄 엎어버리고 새판을 짜는 것이 문제다.
낭비되는 세금은 말할 것도 없고 그 정책의 최적기를 놓치는 것은
물론이요 그 과정에 흘리는 떡고물에 혈안이 돼 판치는 부정부패는
얼마나 만연했는가 말이다.
꼭 이번 가뭄만을 꼬집어 말하는 것이 아니다.
그런 과정을 수없이 반복해 겪으면서도 근본적인 대책을 세우지 않고
매번 가뭄이나 홍수가 나면 하늘만 처다 보고 근본적인 장기대책을
만들지 않는데 문제가 있는 것이다.
국내최대의 저수지 예당지의 현실이다.
한때는 낚시인들의 신병훈련소라는 애칭으로 사랑을 받고
충주댐과 더불어 낚시인의 성지처럼 마음속에 깊이 새겨진 곳이고
한 겨울, 갈 곳 없는 낚시인들의 갈증을 채워주던 사랑스런
우리의 놀이터가 옷을 벗어 버리고 裸身으로 지쳐 널부러저 있는 것이다.
가뭄 이전에 몇 년 전부터 문제는 이미 시작 되었다.
배스, 블루길과 더불어 떡붕어가 외래어종으로 지정되어 예당지의
주 낚시 대상어인 떡붕어의 이식이나 방류가 금지되면서 화두로 등장했고
어업계 구성원의 비현실적인 조합도 문제가 있다.
낚시터를 운영하는 사람들과 어업권을 갖고 있는 어부들이 같은
테두리 안에서 타협점을 쉽지 않기 때문이다.
떡붕어는 성장 속도가 빨라 낚시 대상어로 충분하지만
치어를 방류하지도 못하고 성어를 이식하지도 못하는 상황에서
어로행위만 금지시켜도 시간이 걸려서 그렇지 일정 기간이 지나면
자연번식으로 서서히 살아 날수도 있으련만 예산이나 관련자들의
이해관계가 얽혀있어 이 또한 쉽지 않기에 난감한 것이다.
행사나 개인적으로 그들을 만나 몇 년 전부터 수없이 문제를 제시하고
불 보듯 뻔한 몇 년 후를 상기시켰었다.
우려했던 일들이 현실이 된 것이다.
어두운 마음으로 넓은 저수지를 일삼아 한 바퀴 돌았다.
물이 빠진지 얼마인지 짐작은 흙 위에 기울어진 상태로 얹혀있는
수상좌대 주변의 자라난 잡초로 충분히 유추하고도 남는다.
현실적인 판단을 돕는 것은 그뿐만이 아니다.
저수지를 돌아 활기를 띄던 음식점이나 편의시설들이 일부
문을 닫거나 졸고 있는 모습만 봐도 가히 미루어 짐작이 가고도 남는다.
거기에 몇 집 안남은 낚시점은 마당에 자라난 잡초가 초라한 모습으로
체념하고 포기한 모습을 온 몸으로 보여주고 있다.
새해가 되면 전국에서 가장 먼저 최대의 인원으로 낚시의 시작을 알리는
성대한 예산군수배 낚시 대회가 과연 내년에도 열릴까라는
의구심을 떨칠 수가 없다.
왜? 군수도 바뀌고 그 밑의 관계자들의 인사이동이 있을 거니까.
300쌍의 커플대회가 예산과 협찬사부재로 중지 됐을 때 너무도 안타까워
부활을 위해 뛰어다니고 하루가 멀다 예당을 찾아다니던 기억들도
이제는 추억 저편으로 사라질지도 모른다는 불안감도 든다.
물이 빠지고 연안이 드러나니 활기를 띄는 것도 있다.
출렁다리와 예당지 일주 트레킹코스이다.
기존의 것을 지키고 전임자의 설거지 보다는 새롭게 예산을 타내
자신의 치적을 쌓는 것이 더 중요한 것이 이제까지의 관행이고
정치, 행정가들의 전형적인 모습이니 말이다.
드러난 수면 가장자리에 열심히 캐스팅과 릴링을 반복하는
루어낚시인들의 모습이 눈에 들어온다.
이제는 붕어만을 위주로 한 낚시 패턴도 재조명되어야 한다.
낚시인의 저변확대와 젊은 낚시인들의 참여에 누가 뭐라 해도
저들은 일등공신이고 다양한 루어대상어와 이제는 토착화 된 배스를
인정 하지 않을 수 없다.
붕어 전문가가 갯바위나 선상낚시도 하게 되고 루어를 하다보면
붕어 대낚시도 하게 되는 것이고 상황이나 여건에 따라 낚시도
장르를 넘나들기에 서로를 인정하고 존중하는 문화도
만들어야 한다.
예당저수지 역시 새롭게 시작해야 되는 기로이고 그 시발점에서
루어와 공존하는 정책에 머리를 맞대야 한다.
벼농사에 가장 많은 물을 필요로 하는 배동바지를 앞두고
공주 보의 물이 완공된 도수로를 따라 예당에 유입되고 있는데
들어오는 양보다 배수량이 더 많은지 차오르는 모습은 보이지 않는다.
누구라도 절체절명의 위기감을 느꼈을 터 지금이라도
예당저수지의 미래를 위한 청사진을 그리자.
770만 낚시인들에게 성지처럼 자리 잡을 그런 명소로 키우자.
감히 장담하건데 관계자들의 의지가 있고 부활을 위한 로드맵이
제시되면 우리 모두 성원하며 힘을 실을 것이고
나 몰라라 팽개친다면 분출하는 그 분노는 감당하기 힘들 것이다.
예당이여 일어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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