뒤돌아보며 살자-
세상을 살아가면서 우리는 늘 앞날을 생각하고 미래를 바라보며
꿈꾸며 산다.
그것이 곧 삶의 원칙이고 현실이 힘들고 버거워도 희망의
끈을 놓지 않고 살아가는 것이다.
허나 그것은 어찌 보면 자기합리화이자 스스로가 편하기 위한
하나의 방편이기도 하다
살면서 오는 일은 앞에서 오는 것이 아니다.
그것은 세월이 흐르니 당연히 다가오는 것이고
그 사람에 대한 평가나 가치는 살아온 지난 과거의 자취에
따라 달라진다.
현실에서 수시로 마주치는 구조적인 모순이나 갈등,
인간관계는 꼭 지난 과거인 뒷퉁수에서 온다.
우리는 그것을 잊고 살고 있다.
지나간 일이라 해서 과거는 나와 단절된 것이 아니다.
그러기에 수시로 되돌아보면서 세상을 살아야 한다.
젊은 시절 치기어린 객기나 혈기로 호기를 부리다
이건 아니다 싶어 정신을 다잡다가도 기회를 놓치고
이순간만 지나면 그만이겠지 스스로 과거 속에 묻어버린 일들이
얼마나 많은지 모른다.
사회적으로 영향력이 있는 나이나 위치도 아니요 주변의 몇몇
지인들 외에는 알고 있는 사람도 없고 설령 안다 해도
별 지장도 없으니 그냥 스쳐 지나치는 것이다.
요즘 정치판이나 지도자급들의 과거, 인기연예인들의 가정사가
심심하면 하나씩 핫이슈로 떠오르고 있다,
의도적이던 무의식적이던 잊고 있었던 지난 과거의 일들이 발목을 잡고
나락으로 떨어트리는 경우도 있다
인간은 누구나 완벽하지 않은 터 티끌 없는 사람이 없고
경중이 다를지언정 실수하지 않는 사람은 없다.
자신의 지난일이 세간의 관심사가 되었을 때 대처하는 방법을
보면 그가 과거를 뒤 돌아 보면서 살아온 사람인지
저돌적으로 앞만 보고 미래만 생각하며 달려온 인생인지
그 사람의 인격이나 품격을 알 수 있는 것이다.
누구 한사람을 죽이기 위한 사전 작업 일 순위가 당사자의
과거를 캐는 일이라니 살벌하다 못해 모골이 송연해지고
끔찍하기까지 하다.
경제가 안 좋고 주머니가 마른다 해도 년 말 유흥가는
흥청거리고 밤늦은 시간 취객들의 객기도 많이 발생한다.
지역 낚시인들이 모인 낚시회의 초청을 받아
송년회 겸 저녁식사를 마친 후 우리 일행은 자연스레
소위 말하는 이차코스인 노래방을 찾았다.
30년이 넘는 낚시회이고 초기엔 낚시점을 중심으로 모여
출조도 같이하고 퇴근 시간이면 참새 방앗간처럼 집에 들어가기 전
잠시 들어 얼굴 도장이라도 찍고 가는 정겨움이 있는 곳이고
나 역시 이곳의 초기 멤버였고 지금까지도 인연의 끈이 이어지고 있다.
대형 유통점에 밀려 낚시점이 간판을 내린 후에도 작은 사무실을
얻어 이십대부터 팔순에 이르는 삼 십 여명의 회원들로 구성되어
끈끈한 유대감으로 민물, 바다 가리지 않는 걸출한 실력들을
가지고 있다.
이차가 끝나고 아직 미련이 남은 몇몇은 입가심 한잔을 위해
끼리끼리 흩어진 시간, 주차장으로 향하던 발길이
왁자지껄 소란스러움에 자연스럽게 발길을 멈췄다.
3:4, 서로 대치하며 삿대질과 고성이 오가는 주인공들의 인적 구성이다.
평소 알량한 정의감에 불타 남의 분쟁에 끼어들어 꼭 참견을
하는 성격이라 오늘도 예외는 아닌지라 전말이 궁금해
사태를 주시하는데 한편으론 웃음이 나오는 뻔 한 시추에이션을
연출하고 있는 것이다.
발단은 지나는 길에 취해 비틀거리다 어깨가 마주친 사소한 것인데
본질은 어디가고 왜 삿대질이냐? 어디가 대고 반말이냐?
너 몇 살이냐? 로 판에 박은 시나리오로 흐르고 있다.
그다음 코스는 뻔할 뻔자다.
소매를 걷고 윗저고리를 벗고 손에 침도 발라 주먹을 불끈 쥐는데
그런다고 바로 액션으로 들어가는 것도 아니다.
너희들 말리지 말라며 주변의 일행에게 경고를 날린다.
때려죽일 듯이 설레발을 치면서 일행에게 말리지 마라는 것은
또 무어란 말인가!
여기까지는 통과의례 절차이고 분위기는 영구차를 부르던
119신고를 해야 될 상황이고 이제 격돌하나 싶은데 그게 아니다.
당사자끼리 얼굴을 맞대고 노려보고 있으니 누가 먼저 원투 스트레이트를
날리나 싶은데 이것도 아니다.
여기서 빵 떠지는 클라이맥스 황당 개그가 연출된다.
죽인다고 말리지 말라던 입에서 나오는 말,
“때려봐, 어디 한번 쳐봐”
일행이 말 그대로 가만히 있거나 정중한 말 한마디면 종료 될 상황에서
말린다고 사이에 끼어드니 허우적거리다 손가락이라도
털끝에라도 스치면 그제야 치고받고 육탄전이 전개된다.
우스꽝스런 장면이지만 체면의식을 중요시하는 우리 한민족의
어찌 보면 장점이자 습성인 것이다.
명분을 축적하기 위한 하나의 절차인 동시에 내일이면 과거가 되는
지금의 행위에 대한 정당성을 확보하려는 표현이다.
죽은 과거가 살아있는 현실을 심판하는 시대이다.
내가 지나온 지난 발자취는 틀림없이 선명한 자국을 남긴다.
종종 지난 과거를 되돌아보며 살자,
溪流 이갑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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