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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노지조행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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찌멍
작성일 : 2026-10-05 20:14:14 / 조회 : 7,993 / 경북 의성군 소류지      

제목 l 찌멍 민물낚시 노지조행기 > ㅡ의성을가다 : 낚시사랑

조행지 : 경북 의성군 소류지

 #붕어낚시


10월2일 ~ 10월4일 (2박3일)
찌멍이의 낚시여행 – 의성편

메일을 정리하다 보니
와이프와 제가 20~30대에 찍었던 사진을
AI가 더 오래된 옛날 사진처럼 만들어 놨더군요.

사진 속 지금보다 조금이라도 젊었던
모습을 한참 바라보다가
괜히 웃음도 나고 세월 참 빠르다는 생각도 듭니다.

그렇게 잠시 추억에 잠겼다가
이번에도 별다른 계획 없이 물가로 향했습니다.

정해진 목적지도 없습니다.
그저 마음 가는 대로 달리다 보면
어딘가에 오늘 제가 머물 물가 하나쯤은 있겠지요.

그러다 문득
예전부터 꼭 한번 낚시해 보고 싶었던 곳이 생각났습니다.

ㅡ경북 의성.

결국 여기까지 와버렸네요.ㅎㅎ
우선 가까운 낚시용품점에 들러
지렁이 한 통을 사면서 사장님께 슬쩍 여쭤봅니다.
“사장님, 이 근처 어디가 좀 괜찮습니까?”

사장님께서 망설임 없이 한마디 하십니다.
“의성은 개천지지예!”

현지 사장님 말씀인데 안 갈 수 있나요.ㅎㅎ
바로 개천지로 향합니다.

도착해 보니 역시 유명한 곳인가 봅니다.
이미 많은 조사님들이 자리를 잡고 계시네요.

그런데 물이 생각보다 많이 빠져 있습니다.
한참을 둘러보다 고민 끝에
이번에는 다른 곳으로 이동하기로 합니다.

그때 만난 현지인 한 분께서 말씀하십니다.

“낚시하실라카믄 우리 동네
소류지 많아요. 괜찮은 데 하나 알려드릴게예.”

감사하게도 좋은 곳을 추천해 주셔서
다시 차를 몰아 개천지에서 멀지 않은
작은 소류지에 도착했습니다.

그런데...

건너편 모임에서 오신 분들과 조금 떨어져
조용히 자리를 잡으려고 했는데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오는 게 있습니다.
물색도 아니고...
붕어도 아니고...
쓰레기입니다.ㅎㅎ

어차피 제가 머물다 갈 자리이니
눈에 보이는 것부터 조금 정리하고 자리를 잡아봅니다

그리고 낚싯대 10대 편성 완료.
이제 준비는 끝났습니다.

낚시도 낚시지만 일단 먹어야지요.
삼겹살에 소주 한잔 해볼까~ 했는데...
뭔가 허전합니다.

버너가 없습니다.
버너를 집에 두고 왔습니다.ㅠㅠ
삼겹살은 있고, 소주도 있고, 밥도 있는데
불이 없습니다.

이보다 완벽하게 불완전할 수가 있나요.ㅎㅎ
한참을 고민하다가

결국 용기를 내어 건너편 조사님께 부탁드렸습니다.

대구에서 오셨다는데
첫인상부터 참 편안하고 인상이 좋으신 분이셨습니다.

사정을 말씀드리니 웃으시면서 한마디 하십니다.
“저 두 개니깐 낼 아침까지 맘껏 쓰이소~^^”

처음 보는 사람에게 선뜻 내어주시는
그 마음이 참 감사했습니다.

덕분에 따뜻한 밥도 먹고
삼겹살도 맛있게 구워 먹었습니다.

다시 한번 감사드립니다.
그렇게 시작된 첫날 낚시.

9치 전후 붕어를 스무 마리 넘게 만났습니다.
손맛도 충분히 봤고
밥도 든든하게 먹었고

낚시도 잘되고 있으니 부족할 게 없어 보였습니다.

그런데 이상합니다.
마음 한편이 조금 공허합니다.
왜 그런가 싶어 주변을 둘러봤습니다.

예산에서 오신 분들은 다섯 분.
대구에서 오신 분들은 세 분.

그리고...
저만 혼자네요.ㅎㅎ
붕어는 계속 나오는데

괜히 다른조사님들 웃음소리가
더 크게 들리는 기분입니다.

그런데 그때였습니다.
멀리서 익숙한 얼굴들이 하나둘 나타납니다.

이 먼 의성까지...
설마...
저 보러 여기까지 온 겁니까?ㅠㅠ
잠깐 감동하려던 찰나 생각해 봅니다

아닌가...
붕어 잘 나온다고 해서 오신 건가?(넝담)ㅎㅎㅎ

뭐가 됐든 좋습니다.
여기까지 와준 것만으로도 고맙지요.
여럿이 우르르 나타나는 모습을 보니

예전에 재미있게 봤던 만화책
『열혈강호』의 흑풍회가 등장하는 줄 알았습니다.

그렇다면...
저는 한비광입니까? 아니면 교주?ㅎㅎ

혼자 있을 때는 조용하던 물가가
사람 몇 명 늘었다고 갑자기 시끌벅적해집니다.
그런데 참 이상하지요.


오늘 만큼은 그 시끌벅적함이 좋았습니다.
(다행히 소류지에 계신 분들 모두 팀 단위로
오신 분들이라 서로 이해하며 즐겼습니다)

아마 제가 그리웠던 건
붕어 몇 마리를 더 잡는 재미보다
이런 사람 냄새 나는 물가였나 봅니다.

그리고 물가에서 맛보는 쌍오 선배님의 솥밥.
이건 정말 최고입니다.

쌍오 선배님의 시그니처인 구수한 숭늉과
그리고 직접 바다에서 잡아오셨다는
조기까지 노릇노릇 구워 올리니
물가에서 이보다 더 좋은 밥상이 있을까 싶습니다.


무슨 반찬이 올라오든,
무슨 이야기가 오가든 그냥 즐겁습니다.
별것 아닌 농담에도 웃고

서로 챙겨주고

누가 한마디 하면 또 한마디 보태고...
낚시는 핑계고, 결국 사람이었나 봅니다.

붕어 손맛도 찐하게 봤습니다.
첫날 혼자서 스무 마리 넘게 잡았을 때보다
함께 웃으며 잡은 붕어 몇 마리가
이상하게 더 기억에 남습니다.
대물이 아니어도 좋고

좋은 사람들과 같은 물가에 앉아
밥 한 끼 나누고,
커피 한잔 나누고,

서로의 찌를 바라보며 웃을 수 있다면
그걸로 충분히 좋은 낚시였던 것 같습니다.

정해진 목적지 없이 시작한 여행이었지만,
돌아보니 좋은 사람들로 가득 채워진
2박3일 이었습니다.

함께해 주신 모든 분들께 감사드립니다.

그리고 긴 글 끝까지 읽어주신 분들께도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 가끔 광고를 클릭해 봐 주시면 낚랑 사이트 운영에 도움이 됩니다 ^^
     
총 4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uw3nygBZ 
[2026-10-05 21:48:17]
[211.234.***.225]
  
잘보고갑니다...

외대도사 
[2026-10-06 11:49:14]
[211.215.***.148]
  
출조때마다 보여주시는 쓰레기 수거에 찬사를 보냅니다!!!

민물수영 
[2026-10-06 11:57:49]
[14.36.***.225]
  
잘 보고 갑니다

찌멍 
[2026-10-06 20:19:22]
[211.234.***.218]
  
재미있게 봐주셔서 감사합니다.
이렇게 조행기를 올리고 선배님들의 댓글을 읽는 것도 낚시만큼이나 또 하나의 즐거움인 것 같습니다.
날씨가 하루가 다르게 추워지고 물가의 풍경도 어느새 가을 끝자락으로 향하고 있네요. 입질 한 번 보기 어려운 날도 있지만, 언제 찾아올지 모르는 찌올림과 대물 한 마리에 대한 기대 때문에 또 낚싯대를 챙기게 됩니다.ㅎㅎ
이제 밤낚시는 제법 춥습니다. 선배님들께서도 따뜻하게 챙겨 입으시고 무리하지 마시면서 즐거운 출조 이어가셨으면 좋겠습니다. 남은 가을에는 기다리신 만큼 멋진 찌올림과 굵은 붕어 만나시길 바라겠습니다. 항상 관심 가져주시고 함께 공감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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