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의 초상
낚시에 관련된 자료를 찾아보기 시작했다.
행정이나 제도적인 것은 물론이요 학문적인 자료까지.
허나 명확한 데이터나 근거를 토대로 작성된 흡족한 결과물은
별로 없었다.
25여 년 전 가장 서적이 많은 교보문교에 가서 낚시라는
단어가 들어간 책을 모조리 구입해보니 불과 22권이었다.
혹시나 싶어 정부 간행물 실을 뒤지고 종로구 수송동에
정부 조사통계국까지 발품을 팔았지만 그 이상 낚시에 관련된
자료나 책은 없었다.
그렇게 구입한 낚시관련 책자도 거의가 월간 낚시 잡지와
각 분야에 이름이 알려진 낚시인들이 쓴 초보입문자용 가이드 성
입문서와 낚시를 즐기던 문인들이 쓴 낚시를 주제로 한
수필이나 조행기가 전부였다.
오히려 낚시 월간지를 참고 하는 것이 최고의 자료였다.
무엇을 어떻게 하고 어떤 것을 주제로 시작해야
낚시에 관한 자료를 만들 것인지 그저 막막할 따름이었다.
고민 끝에 내린 결론은 지금부터 목표를 정하고 하나하나
실행해 나가자는 극히 원론적인 해답이었다.
그 첫째가 낚시의 스포츠화였다.
낚시하면 한량들이 유유자적 물가에 앉아 세월을 낚거나
시간이 남아도는 잉여 인간들이 현실도피성으로 물고기와
씨름이나 하는 다른 취미나 레저보다 한 단계 낮은 시각으로 보는
저급 형을 탈피해야 한다는 것과 스포츠로서의 위치를 확보해야
관계부처의 제도적 정책이나 지원도 가능하리라는 생각에서
우선 과제로 두고 경기낚시를 주도해 시작하기 시작했다.
그러다 보니 스포츠로서의 낚시 기법의 필요성이 제기되고
그 고민 끝에 탄생한 것이 지금은 전층낚시라는 이름으로
불리는 내림낚시였다.
그로부터 15년, 2009년 감격의 순간을 맞는다.
국민생활대축전에 당당히 정식종목으로 자릴 잡은 것이다.
전주에서 개최하고 낚시경기장인 새만금 방조제에 모인
17개시도 대표 낚시 선수단 앞에서 마이크를 잡고 가슴속
뜨겁게 흐르는 눈물을 감추고 대회를 진행하던 그 순간을
아마 난 죽을 때까지 잊지 못할 것이다.
문화체육관광부와 해수부의 끈질긴 주관부처 쟁탈전도
국민체육진흥법 2조1항에 의거 낚시가 스포츠라 절대
내어줄 수 없다는 문체부의 강경함 입장에 해수부가 손을 든다.
장애인종목과 시험 종목을 포함해 56종목 중 정식종목은 단 37개.
그 중에 낚시가 당당하게 정식종목에 자리 잡고 위치를 확보했는데
2017년 3월 대한 체육회와 생활체육회의 합병이라는 미명아래
낚시는 등록 외 단체라는 나락으로 떨어지고 말았다.
그동안의 각고의 노력이 물거품이 되고 다시 시작해야하는
위기가 바로 지금이고 이게 현실이다.
두 번째 화두는 낚시터에 여자들 웃음소리가 들리고
아이들 재잘거리는 소리가 들리는 더불어 가는 가족이 함께 즐기는
패밀리피싱 이었다.
여자들과 아이들이 함께 하는 낚시.
모두들 꿈이라 했고 불가능하다고 손사래를 쳤다.
21C 최대의 화두는 자연과 환경이고 그 굴레에서 자연스럽지 못한
낚시를 친화적으로 발전시키고 범국민 레저로 자리 잡으려면
여자들과 아이들이 외면하는 분야는 제외되고 도태 된다는
확신에서 최대의 목표로 삼았다.
여자와 아이들이 우선시 되는 것이 요즘 사회의 기본이다.
부모가 자식을 회초리로 치거나 선생님이 아이들에게
교육을 목적으로 체벌을 가해도 법적으로 처벌을 받고
말 한마디 잘못해 여성들이 기분이 나쁘면 성추행으로
단죄되는 세상을 예견한 건 아니지만 여자와 아이들이
낚시터에 많아지고 범국민적인 레저가 된다면 행정이나 제도적인
룰과 지원이 틀림없이 만들어지리라는 확신에서였다.
앞으로는 여자들과 아이들이 철저하게 중심이 되는 사회이다.
역으로 그들에게 외면당하는 분야는 살아남을 수가 없다는 이야기다.
다행이 이제는 낚시가 당당한 가족레저로 자릴 잡았다.
구체적인 발전이나 백년대계를 위한 마스터플랜의 작성이
현실적인 과제로 남아있지만 화두가 주어지면 답을 찾는 건
어렵지 않다.
누가 시키지 않아도 방향을 제시하지 않아도 낚시는 각자
분야별 위치에서 스스로 발전하고 있다.
번국민적 레저의 증거는 곳곳에서 발견되고 있다.
공중파나 종편에서 낚시는 주 아이템이고 연예인이나 유명인 들이
낚시 이야기에 열을 올리고 단순 표를 의식해서인지 몰라도
770만이라는 거대 숫자 앞에 정치인들도 낚시예찬을 서슴치 않는다.
2018 낚시 박람회장에서도 난 새로운 가치를 보았다.
전체 관람객수의 증가나 여성과 아이들이 많아진 건
당연한 결과이고 내 눈에 각인 된 건 낚시용품의 컬러나 디자인의
변화였다.
컬러플 해지고 패셔너블하게 변했다는 사실은 그 포커스가
어디에 맞춰졌는지 미루어 짐작이 간다.
관이나 행정부처에서 주도하고 교육하지 않아도
낚시인 우리 스스로 꾸준히 변화하며 갈등과 불협화음 속에서
공통분모를 찾고 화해하고 타협하며 오늘날의 낚시문화를
만들어 낸 그 근원은 무엇일까?
그것은 바로 아버지의 영향이었다.
낚시의 스포츠화와 가족레저로의 기본목표로 정진해오면서
곁들여 관심을 가진 건 누구의 영향으로 낚시를 시작하고
낚시가 취미로 굳어졌느냐 인데 그 통계의 약 70%가 아버지를 말했다.
한번만 같이 낚시를 동행해 처음부터 끝까지 경험해보면
아버지의 영향인지 그냥 한 말인지 바로 알 수 있다.
친구나 동료, 아니면 낚시 관련 매체를 통해 독학을 했다는 사람도 있지만
낚시를 하게 된 계기가 특히 시니어그룹 이상에서는 절대 다수였다.
몇 번의 동행 출조 후 역시 어릴 때부터 아버지를 따라 낚시를 다닌
후배 강일이 에게 부친이 입버릇처럼 말했다는 두 문장이 새삼 다가온다.
滿水無月에 낚시터는 소리꾼은 같이 다녀도 춤꾼은 같이 다니지 마라.
아버지에서 아들로 전해지고 행정이나 제도, 학문적 토대가
마련되는 건 결국 낚시인 절대다수가 영향을 받은 아버지의
가치가 아니었을까?
아버지의 초상을 가슴에 품은 낚시인들이 많았기에 낚시가
오늘에 이르러 최고의 레저로 자리 잡았고 미래도 보장되리라
난 확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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