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엇을 낚는가!
낚시를 왜 하는가!
왜 낚시만 하고 살았는가!
종종 스스로 내 자신에게 자문하는 일이 잦아진다.
수없이 많이 받은 질문 중 하나인 우문과 의례적인 답변,
그냥 낚시가 좋아서라는 것과 어쩌다 세월이 흐르다보니
의지와는 다르게 자의반 타의반 중심으로 밀려들었다는 것인데
요즘에 와서 안개속의 실루엣이 서서히 형상을 드러내듯
가슴에 와 닿으며 깨닫는 일들이 있다.
낚시의 본질이 대상은 물고기요 장소는 물이 있는 바다나
강, 호수 저수지, 수로, 댐 등 자연속이라 낚시예찬은
그 자체만으로도 어떠한 미사여구를 동원해도 끝이 없을 지경인데
일상이 되어 버리니 또 다른 쪽에서의 의미를 찾게 된다.
국내는 물론이요 국외까지 일일이 열거 할 수 없을 정도로
많은 곳을 다녔다.
당연히 낚시가 목적이었으니 낚싯대 끝에서 앙탈하던
수많은 대상어를 만나고 환경이 다른 자연을 접했지만
항상 기억에 남고 잊지 못하는 것은 역시 사람이었다.
낚시라는 공통의 취미로 맺어진 인연.
물고기를 대상으로 한 낚시인생으로 살았지만
결국 내가 낚은 것은 인연이라는 미끼와 장비로 낚은
낚시인들이었다.
초등학교 다니는 꼬마 낚시인부터 구순의 대선배 원로낚시인까지
그들이 평생 낚시를 하면서 인연을 맺은 사람들이고
가장 큰 전리품이자 조과인 것을 이제야 깨달았다.
기억에 남고 잊지 못하는 것은 월척 급 붕어도 아니고
오키나와 구메지마의 100kg급 튜나도 아니다.
시린 추억도 있고 가슴 아픈 사연도 많지만 가장 그리운 건 역시
재미있고 즐거운 마음이 통하는 낚시인들이었다.
생각만 해도 즐겁고 같이 있기만 해도 정겨운 사람들,
결국 그들을 낚기 위해 그 많은 세월을 보내고 드넓은 낚시터를
헤메이며 다닌 것이다.
낚시가 국민레저 최고의 위치로 등장하기까지 선구자적 역할을 한
낚시인들과 관계자들이 수없이 많다.
낚시를 즐기는 770만 낚시인들이 당연 그 주역이지만
명예가 보장되는 것도 아니요 경제적 대가가 주어지는 것도 아닌데
내 좋아하는 취미가 제대로 된 인식을 받기를 염원하며
자신의 위치에서 사회적 편견이나 조소어린 눈길을 참아낸
낚시인들이 있었기에 가능했고 그 중심에서 묵묵히 자리를 지켜준
지역별 그룹별 멘트급 리더들의 공헌도 지대하다.
뜻이 맞고 의기가 투합 되는 그들이 서로 격려하고 의지하며
문화를 만들고 계몽하며 앞장섯기에 이제 시작일 뿐 갈 길이
아직도 멀지만 그 원동력이 될 저변 확대는 이루어져
국민레저 일위라는 위치를 확보한 것이다.
같은 취미로 맺어진 인연의 끈을 이제는 활용해야 될 때이다.
언제까지나 모래집단으로 각개약진을 해서는
제대로 된 문화나 정책이 만들어질 수 없다.
그리 어려운 일도 아니고 큰 경제적 부담이 따르는 것도 아닌데
같은 업종의 경쟁자관계라는 피해의식에 단합이 안 되니
일관되게 한목소리를 내지 못하는 것이다.
통제와 제약만 규제만 일삼는 관계부처의 한심한 틀에서
벗어나려면 조구, 유통업체, 낚시터, 낚시어선, 분야별, 직능별,
낚시에 관련된 단체들이 자체적인 단결과 규합이 우선과제다.
평소에 필요성을 느끼지 못하니 수수방관하다가 인, 허가
문제나 규제나 통제가 대두되면 부랴부랴 사후약방문이다.
낚시인들을 상대로 경제적 활동을 하는 업체들만이 아니라
취미로 즐기는 낚시인들은 장르별 수많은 모임이 있지만
그들도 결집된 힘을 보태지 못하고 있다.
그 이유는 간단하다.
그들을 규합하고 계몽하고 선도하는 이끌어주는
제도적 장치가 없기 때문이다.
지금 우선 우리가 해야 될 가장 중요한 과제는 몇 번을 강조하지만
낚시인 인적지도를 만드는 것이다.
정치, 사회, 경제, 문화, 예술, 스포츠 등 각 분야의 유명 낚시인들의
명단을 확보하고 그들이 전면에 내세우고 입으로 아무리 떠들어봐야
법으로 만들어지지 않으면 안 된다.
낚시터에 여자들 웃음소리가 들리고 아이들 재잘거리는 소리가
끊이지 않는 가족이 함께하는 패밀리피싱을 슬로건으로 정한지 20년.
이제는 완벽하게 정착시키는 일만 남았다.
혹자는 지금도 낚시에는 쓰레기 문제가 대두되고 현재의 낚시인구에도
수로나 갯바위, 심지어 관리형 저수지도 쓰레기가 넘쳐나는데
두배 세배 낚시인이 늘어나면 전 국토가 쓰레기 천국이
될 것이라 염려를 하는데 그 문제는 기우일 뿐이다.
문제가 있어야 해결책도 생기는 것처럼
인구가 많아지면 올바른 문화도 생성되고 행정이나 제도적 장치도
뒤따라 수립되기 때문에 완벽한 대비책이 마련되기 때문이다.
7~80년대 외국인들이 한국을 방문하기 가장 꺼려한 이유가
재래식 화장실 때문이었다.
호박잎이나 지푸라기로 뒤처리를 하고 방독면을 쓰지 않으면
쪼그리고 앉아 있기도 힘들었는데 이제는 세계에서 유일하게
화장실에서 음식물을 먹을 수 있는 나라가 우리나라고
쓰레기종량제로 분리수거가 완벽하게 이루어지는 나라가
우리나란데 이 참에 슬로건을 바꿔야겠다.
‘오천만 국민이 낚시하는 그날까지’
낚시를 해서 낚는 것은 물고기지만 조력이 쌓이고
세월이 흘러 낚은 것을 정산해보면 결국 낚은 것은
인연의 끈이고 남는 것은 낚시친구들이다.
잔인하리만치 낚시가 힘든 올 봄,
대상어는 만나기 힘들어도 낚시친구는 늘 그 자리에 있다.
잊고 있었던 낚시의 전리품이 유난히 소중한 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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