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실의 잣대-
어느 날 늦은 밤 집에 들어가 샤워를 마치고 욕실 문을 나서며
현관의 전신거울을 보는 순간 큰 충격을 받으며 순간 말문을 잃는다.
완벽한 D라인의 낯선 사람이 그 속에 서있는 것이다.
피곤에 절어 게슴츠레한 눈망울 밑에 온 가족이 넉넉히 쌍그네를
타고도 남을 다크써클은 늘어져 있고 탄력 잃은 피부는
고스란히 현실을 보여주며 인생무상을 실감하게 한다.
늘어나는 허리둘레에 매번 옷을 다시 구입하기를 여러 해,
옷장은 넘쳐나는데 입을 옷은 줄어만 간다.
앞만 보고 달려오면서 나름 건강에 관한 원칙을 지켰지만
세월의 흐름은 나라고 예외가 있을 수 없는가 보다.
낚시인들이 가장 건강을 해치는 것은 불규칙한 식사와
피곤에 지친 상태에서 왕복 장거리 운전도 한 몫 하지만
가장 큰 것은 밤샘 낚시이다.
밤새 물가에 불편한 자세로 앉아 있는 것 자체가 신체적 무리가 오고
채 풀지 못한 피로가 누적되어 만성화 되는 것이다.
허지만 정작 가장 경계하고 조심해야 될 사항을 우리는 잊고 있다.
눈에 보이지 않고 당장 이상증세로 나타나지 않아 잊고 있는 사이에
기력은 쇠잔해지고 저항력도 떨어지는 것이다.
그것은 바로 陰氣라 불리 우는 밤의 기운이다.
밤을 새우고 나면 다음날 하루 종일을 자도 피로가 풀리지 않는 건
바로 이것 때문이다.
어쩌다 가끔 있는 일이라면 금방 회복도 되고 무리가 없겠지만
낚시에 빠지고 자주 반복되면 큰 화를 부르게 된다.
어쩔 수 없는 상황이라면 파라솔이나 낚시 텐트를 이용해
직접적인 노출을 일부 막으며 따뜻한 열기구를 옆에 놓고
하는 것이 그나마 가장 좋은 방법이다.
좌충우돌 천방지축 앞뒤 안 가리고 날뛰던 청년기.
낚시터에서 만난 한의학 박사의 충고를 경험으로 체험하며
낚시인생을 살면서 오늘날까지 철저한 원칙으로 고수 해왔다.
아무리 조황이 좋아도 자정 이후에는 낚싯대를 손에서 놓고
휴식을 취했다.
그 장소가 텐트 안이건 자동차 실내이던 간에 두 다리 쭉 펴고
편하게 휴식을 취하고 아침 일찍 다시 시작하는 것이다.
조력이 있는 낚시인들이 삼삼오오 모여 앉으면 왕년의 활약상을
얘기하는데 나 역시 수없이 겪었던 물고기와의 사생결단하는
전투적인 낚시행위들을 이야기 한다.
취미나 레저로서의 문화나 가치관은 수시로 변한다.
현실의 잣대로 지금에 맞추어 재단해보면 얼마나 어리석고
무모했는지 모른다.
십년 이십년 과거의 일들은 이미 추억 속에 사라진 일들이다.
이 시대의 낚시는 찌들은 일상에서 벗어나 자연 속에서 힐링하며
마음도 정리하고 차분하게 도약하는 계기를 만드는 것이다.
시대에 맞춰 취미 생활을 하는 것이 현명한 낚시이다.
넘쳐나는 미디어의 정보제공과 SNS를 넘나드는 정보만으로도
충분한 대리만족을 얻는 시대이다.
제한된 시간과 아무 때나 벗어 날 수 없는 공간의 미련으로
과욕과 무모함과 욕심을 부리던 과거의 관행에서 벗어나야 한다.
사소한 감기 몸살로도 체력저하를 느끼고 예나 지금이나 똑 같이
움직이는 동선에 시나브로 찾아드는 피로감도 이제는 현실로
받아들인다.
잇몸이 상해 임프란트 시술을 위해 몇 개월 제대로 먹지도 못하고
치료를 위해 치과를 드나드는 사이 그동안 운동이나 식이조절로도
꼼짝 않고 요지부동이던 체중이 줄어든 것은 좋은데 빠지라는 뱃살은
안 빠지고 얼굴부터 핼쑥해진다.
그나마 나는 다행일는지 모른다.
웃자고 하는 얘기겠지만 어느 처자는 허벅지와 팔다리 지방을
빼려고 거금을 주고 살 빼는 약을 구입해 먹었더니 가슴만 쏙 빠져
낭패를 봤다는데 실화인지는 알 수 없다.
현실적으로 애로사항은 이뿐만이 아니다.
몸에 맞는 옷이 없는 것이다.
그나마 다행은 것은 그동안 살이 쪄 못 입었던 옷들을 버리지 않고
보관하고 있어서 하나하나 살피고 골라서 줄이는 것이다.
불어나는 체중에 맞추고자 언제 이렇게 많은 옷을 구입했는지
선별하는 것도 일이다.
구입해 놓고 작아서 입지 않은 옷도 구석구석 쌓여있는데 반갑기 그지없다.
나름 최고의 패션이라 자부하던 그 당시의 나를 감싸던 옷가지들이
살 빠진 지금의 나에게는 허접한 재고품으로 남아 있는 것이다.
과거의 환상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것도 큰 문제지만 지금의 기준으로
미래를 예단하고 예측하는 것도 폐단이다.
시시각각 변하는 세상 앞에 최상과 최악을 정하는 것부터가 모순이다.
낚시의 위상은 변했는데 현실적인 대책은 전무하다.
십년 이십년 전 적폐를 찾아 현실의 잣대를 들이대며 단죄하면
오늘 옳다고 확신하던 일들이 먼 훗날 오늘의 기준으로 남아있을까?
그때가 되면 그 당시의 현실에 맞지 않는다하여 오늘도 적폐가 된다.
정치인들이야 자신의 현실의 위치나 처신이 지고지순한 최선이라고
억지를 부리고 잡아 조지던 처넣던 후세에 역사가 심판하겠지만
어느 한 인간이라도 좌우로 갈라진 민심을 아우르는 사람이 없는데
한 단계 낮은 시각으로 낚시를 대하던 위정자와 행정부처의 담당자들이
770만 낚시 인구를 위한 현실적인 대책을 위해 과연 무엇을 하고 있는가!
유해어종을 정해 놓고 장르에 따라 낚시인들을
내편 네 편으로 찢어놓고 곁에서 사생결단하며 서로 치고받다 지치면
그만이지 하며 동공 풀린 눈으로 구경이나 하겠다는 심보가 훤히 보인다.
자리를 만들고 머리를 맞대고 공통분모를 찾으려는 노력은
아예 실종되었다.
열심히 일하고 휴식삼아 낚시를 즐기는 낚시인들에게 현실적인
잣대를 들이대길 기대하는 건 緣木求魚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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