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고프니까 청춘이다-
한겨울 오후의 햇살은 참으로 짧다.
오후인가 싶으면 해가 서산에 걸리고 곧바로 어둠이 밀려든다.
주말 고속도로는 바쁜 발걸음을 잡아매고 마음만 늘 분주하다.
거북이걸음으로 세월아 네월아 언제 가나 싶어도
대전을 지나 경부고속도로에서 판암을 거쳐 대전 통영 간
고속도로에 접어드니 가속페달에 힘이 들어가기 시작한다.
통영대교를 거쳐 삼덕 항에 이르니 낯익고 정겨운 풍경이
두 팔 벌려 나를 환영한다.
삼십대 초반부터 매주말이면 일 년 열두 달 거르지 않고
이웃집처럼 다니던 곳이라 내 집처럼 편안한 곳이다.
욕지도행 마지막 철선이 긴 뱃고동소리를 내며 출발한 선착장에
신세대 낚시친구 둘이 나란히 서서 나를 반긴다.
삼 년 전 어느 날, 용인의 지곡낚시터에서 낚시를 마치고
평소 안면이 있는 낚시터 쥔장과 얘기를 나누던 중
젊은 친구의 인사를 받았고 그가 낚시터 주인의 아들 광선이고
낚시를 좀 더 깊이 있게 알고 많은 곳을 다니며
견문을 넓히고 싶은데 가능하냐고 조심스레 말하던 친구이다.
네가 바라는 것이 어떻게 하면 물고기를 많이 낚고 큰 걸 낚는
소위 말하는 낚시의 기술이라면 난 자신이 없다.
허지만 많은 사람과 함께하고 더불어 살아가는 방법을 알고
유유자적 즐거움을 느낄 생각이라면 그것만은 가능하니
그래도 좋다면 동행하자 했고 어쭙잖은 스승이 된 것이다.
나이를 먹고 평생 낚시인생을 살았으니 자연스럽게
스승과 제자가 되어 함께 하지만 사실은 내가 더 많이 느끼고
새로움과 젊은 의식세계를 배우는 입장이라
어느 땐 광선이가 스승이 되기도 한다.
조과만으로 친다면 붕어낚시는 나보다 오히려 월등한 실력이다.
농 삼아 네가 더 잘 낚으니 네가 해보지 않은 바다낚시만 한다며
갯바위로 끌고 나가고 기초만 알려줘도 척척 잘도 해 낸다.
삼 년의 절반을 저수지로 강이나 바다로 함께 다녔으니
이제는 눈빛이나 얼굴의 표정만으로도 그 날의 컨디션이나
건강상태, 사소한 각자의 집에서 일어난 가정사조차도
미루어 짐작을 할 수 있는 사이가 되었다.
삼덕항에 광선이와 같이 서 있는 친구는 제자보다 한살 아래
잘생기고 늘씬 핸섬한 신세대 낚싯배 선장 동욱이다.
몇 년 전 모 바다 단체 낚시대회 때 선수로 참가해 전 날
선수단 숙소에서 편 갈라 족구를 할 때 같은 편으로
뛰고 넘어지며 땀을 뻘뻘 흘리고 나서 조심스레 주저주저하며
낚시인생을 살겠노라며 다가서던 친구였다.
아이돌 같은 용모에 단정한 행동이 바다사나이로 살 것 같지 않아
반신반의 했는데 말 그대로 낚싯배 선장으로 자릴 잡은 것이다.
어릴 적부터 바닷가에서 경험으로 체득한 낚시에 대한 감각과
해박한 이론으로 삼십 초반에 선장으로 포인트를 안내하고
낚시인들에게 정보를 제공하며 열심히 살아가는 모습이
참으로 대견하다.
무엇보다도 내가 젊은 선장에게 무한 신뢰를 보내는 것은
그와 같이 촬영에 나서면 결코 꽝이 없다는 사실이다.
낚시건 세상살이건 묘한 것이 있다.
코드가 맞는 사람이 있다.
그와 같이 하면 된다는 믿음이 들고 그 신뢰는 결과로 꼭 이어지는 것이다.
아직 미혼인 광선이보다 한 살 아래지만 이젠 행복한 가정도 꾸리고
예쁜 아이 돍 잔치까지 치룬 어엿한 가장이 된 믿음직한 친구이다.
젊어지는 낚시계가 요즘은 눈에 띄게 보인다.
대형 유통 점들도 2세에게 물려주는 곳이 많아졌고 젊은 친구들이
낚시 쪽으로 접근해 사업적 꿈을 키워가는 긍정적인 면과
연구하고 노력하는 모습에서 내일의 희망과 발전되고 높아지는
낚시의 위상과 최고의 가치를 지닌 레저로 가고 있구나라는
행복한 꿈도 꾼다.
젊은 친구들이 빠르게 적응하고 발전하는 원동력은 무엇일까?
그것은 바로 젊음이다.
늘 갈증을 느끼고 궁금해 하며 배고파하기 때문이다.
배고픔은 단순히 신체적 허기만 말하는 것이 아니다.
끊임없는 새로운 욕구와 도전, 모험정신이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돌도 씹어 먹을 수 있는 한창 에너지를 필요로 하는
젊은 친구들의 왕성한 식욕은 곧 청춘이자 특권이다.
낚시가 아니었다면 과연 내가 저들의 의식 속에서
함께 하는 행운을 누릴 수 있었겠는가!
다행이 서로가 공감 할 수 있고 공통의 대화가 가능하기에
단지 낚시를 좀 더 했다는 한 가지 사실만으로 스승과 제자가 되고
선배와 후배로 나란히 함께 가고 있다는 것이
한 없이 고맙고 감사할 뿐이다.
내가 저들의 나이일 때 난 참 당돌했고 속 된 말로 싸가지가 없었다.
나름 한 낚시 한다는 선배들에게 당신들이 선배로서
후배들을 위해 만들어 놓은 것이 뭡니까?
행정이나, 제도, 학문적으로 체계화 된 게 없는 분야가
바로 낚시이고 그 중심에 당신들이 있지 않느냐!
당황해하며 곤혹스러운 선배들의 눈빛 너머 젊은 놈이
같잖다는 표정을 읽을 수가 있었다.
젊은 친구들과 늘 함께하며 마음속에 숙제처럼 남아있는 것은
언제 어느 때 내가 선배들에게 했던 똑 같은 말을
그들이 나에게 하지 않을까하는 염려이다.
무언가 노력을 했다는 흔적이라도 남겨야 하지 않을까하는
것이 요즘 나에겐 가장 큰 화두이다.
명지대학교 사회교육원 구내식당,
오전강의를 마치고 점심식사를 위해 들어서는 입구의 표어 하나.
“배고프니까 청춘이다”
맞는 말이다. 바로 저거다.
그렇게 낚시를 하고 살았어도 늘 부족함을 느끼고 배가 고팠던것이
바로 이것이었다.
제자 광선이와 젊은 선장 동욱이와 함께하는 오늘의 출조가
또 다른 아쉬움과 배고픔으로 다가오고 또 다른 도전을
준비하게 될 것이며 그것은 젊은 친구들과 함께한
결과며 그래서 난 행복하다.
溪流 이갑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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